종이배 사랑
♥ 종이배 사랑 ♥
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...
저녁 강물빛과.....
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...
우리 사랑은..
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
무사히..
무사히...
이 물길 건널지 알 수 없지만.....
아직도..
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..
물살 급한 여울목..
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.....
지금..
어깨를 마주대고 흐르는...
이 잔잔한 보폭으로
넓고 먼 한 생의 바다에 이를지 알 수 없지만.....
이 흐름 속에 몸을 쉴 모래톱 하나...
우리 영혼의 젖어 있는 구석구석을 햇볕에 꺼내 말리며...
머물렀다 갈 익명의 작은 섬 하나 만나지 못해
이 물결 위에 손가락으로 써두었던 말 노래에 실려
기우뚱거리며 뱃전을 두드리곤 하던 물소리 섞인 그 말
밀려오는 세월의 발길에 지워진다 해도.....
잊지 말아다오...
내가 쓴 그 글씨...
너를 사랑한다는 말 이었음을...
내 너와 함께하는 시간보다
그물을 들고 먼 바다로 나가는 시간과
뱃전에 진흙을 묻힌 채 낯선 섬의
감탕밭에 묶여 있는 시간 더 많아도
내 네게 준 사랑의 말보다 풀잎 사이를 떠다니는 말
벌레들이 시새워 우는 소리 더 많이 듣고 살아야 한다 해도.....
잊지 말아다오...
지금 내가 전부였음을...
바람결에 종이배에 실려 보냈다 되돌아오기를 수십번
살아 있는 동안 끝내 이 한마디...
네 몸 깊은 곳에 닻을 내리지 못한다 해도.....
내 이 세상 떠난 뒤에 너 남거든...
기억해다오...
내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.....
도종환 님의 '종이배 사랑'