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울고 있는 그대여

낭고 / 사슴 2012. 7. 21. 22:30

 

울고 있는 그대여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詩 송연주 

 

너무 마음에 들어 오래 두고두고 입었던 옷 

불어난 몸 때문에 또 몇 해를 장지기 시키다 
더 이상 둘 곳 없어 

만지고만지고 또 만져보다 버릴 때 
이별은 그런 건가 봅니다 

아끼던 것을 버려야할 때의 마음은 
단순히 아프다는 것과는 또 다른 
뭉근한 통증이 오래 명치에 걸려 있어 
차마 버릴 수 없어 
퀼트를 시작 했답니다 

햇살 곱던 어느 오후에 호수 공원에 걸어둔 내 미소 
바람 많던 날 창덕궁 후원에 얼려둔 짧은 포옹 
꺄르륵 숨 넘어 가던 정동 길에 낙엽과 함께 날리던 네 웃음 
비 내리던 청계천 돌다리에 곱게 박제시킨 우리모습 
한 조각 한 조각 생명을 주어 
보고픈 마음 한 땀 
그립고 아픈 이야기 한 땀 
곱게 짜 맞춘 조각들은 추억으로 살아있을 거니까요 


지금 
사랑을 잃어 울고 있는 그대여, 
울지 말아요 애써 잊으려 하지도 말아요 
삶의 책장이 잃어버린 시간들로 채워지지 않도록 


추억 속에는 
귀 쫑긋 세우고 듣던 할머니의 옛날얘기 냄새도 
그리움 속에는 
앓아 누웠을 때 이마 짚어주던 심심한 엄마 냄새도 
울컥 눈물 솟던 날, 손 꼭 잡아 주던 네 감촉도 남아 있어 
먼 어느 날 
책장을 넘기다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 


버리려 하지 말아요 
잊으려 하지 말아요 

고이고이 간직하기를